Dev Log · StarDiver

휴가에서 돌아와 개발을 멈췄습니다

휴가에서 돌아온 첫 사흘은 코드를 한 줄도 안 짰습니다. 개발이 앞서 가고 기획이 뒤처졌다는 판단이 있어서, 그동안 쌓인 것을 놓고 종합 점검부터 했습니다. 뜯어 보니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는 촘촘한데 "무엇이 되는 게임인가"와 "누가 왜 사는가"가 문서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오늘 한 일

  • 게임을 한 줄로 정했습니다. "숨을 곳이 사라지는 게임." 엄폐물이 부서진다는 사실을 이 게임의 정체성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누구를 위한 게임인지도 처음으로 문서에 적었습니다.
  • 카드를 세 층으로 다시 짰습니다. 숫자를 올리는 카드, 행동 자체를 바꾸는 카드, 규칙을 바꾸되 대가를 치르는 카드. 구현에 들어가기 전에 효과 목록부터 만들자고 정해서 수백 종을 먼저 리스트업했습니다. 조합으로 빌드를 입맛대로 다듬는 구조가 목표입니다.
  • 한 판 길이와 전투 리듬을 손봤습니다. 한 판이 목표 시간을 한참 넘기고 있었습니다. 노드 안을 압축하는 대신 노드 수를 줄였습니다. 웨이브는 몰림, 압박, 돌파의 3박자로 다시 짜서 "겨우 넘겼다"는 감각이 나오게 했습니다.
  • 몇 달 밀린 결정 네 건을 하루에 닫았습니다. 뛰어넘기, 엄폐물 형태 같은 것들입니다. 판단이 어려워서 밀린 게 아니었습니다. 전제가 무너진 채 방치돼 있었고, 한 건은 선택지 목록 자체가 문서 정리 중에 사라져 있었습니다.
  • 작업 체제를 갈랐습니다. 컴퓨터 두 대를 오가며 일하고, AI 도구도 기획·문서 쪽과 Unity 구현 쪽으로 나눴습니다. 같은 폴더를 함께 쓰지 않도록 작업 폴더도 분리했습니다.

막힌 것 / 배운 것

큰 눈에 긴 뒷다리를 가진 메뚜기형 곤충 몬스터 컨셉
곤충 팩션 몬스터 컨셉 시안 (AI 생성 시안)

카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카드 옵션이 복잡하기만 하고 흥미를 못 끈다"는 지적에서 시작했습니다. 뜯어보니 복잡함이 엉뚱한 층에 있었습니다. 등급 사다리나 조합 규칙 같은 시스템 층은 정교한데, 플레이어가 실제로 만나는 효과는 전부 "어떤 수치 몇 퍼센트" 한 가지 문법이었습니다. 수십 장이 실질적으로는 열몇 종이었던 겁니다.

플레이어는 규칙을 배우는 비용은 내는데 선택의 폭은 못 받는 구조였습니다. 복잡도는 시스템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손에 쥐는 층에 있어야 한다는 것. 덤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값과 실제 적용되는 값이 다른 카드도 이번 점검에서 나왔습니다. 에러가 안 나서 몰랐던 버그가 며칠 새 세 건입니다.

내일

게임 시작 후 첫 화면부터 하나씩 상용 수준으로 마감하는 축으로 넘어갑니다.